♣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목련을 보며 / 최진연

시인 최주식 2010. 4. 30. 22:18

 

목련을 보며 / 최진연

   

검푸른 외투를 벗고 아지랑이 속에 꿈꾸듯 서 있는

저 둘레의 푸릇한 나무들 귀에는 지금도

굶주린 이리 떼 이빨 같은 지난겨울의 포효가 들릴까?

 

쌓이고 쌓인 침묵들이 껍질 밖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

환희의 함성

또 하나의 나이테를 완성하는 저들의 제의祭儀와 축제

 

폭우와 폭염, 눈보라의 넋들이 모조리 빠져 있는 꿀샘

가슴이 부풀어 오른 사랑의 형상과 빛

모든 신부들의 단 한 벌 드레스의 원형原型을 보는가.

 

끊임없이 물관을 타고 오르는 물방울들이 들여다보이는

보얀 창문 밖으로

이제야 연둣빛이 어려 있는 나무들을 내다보는 시인

 

그의 소녀들이 수밀도水蜜桃 얼굴로 늘어선 환상幻像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삶을 마치고 떠나가는

한 편의 시 같은 생애를 보는가

 

시집<사랑이 찾아온 뒤에야> 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