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을 보며 / 최진연
검푸른 외투를 벗고 아지랑이 속에 꿈꾸듯 서 있는
저 둘레의 푸릇한 나무들 귀에는 지금도
굶주린 이리 떼 이빨 같은 지난겨울의 포효가 들릴까?
쌓이고 쌓인 침묵들이 껍질 밖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
환희의 함성
또 하나의 나이테를 완성하는 저들의 제의祭儀와 축제
폭우와 폭염, 눈보라의 넋들이 모조리 빠져 있는 꿀샘
가슴이 부풀어 오른 사랑의 형상과 빛
모든 신부들의 단 한 벌 드레스의 원형原型을 보는가.
끊임없이 물관을 타고 오르는 물방울들이 들여다보이는
보얀 창문 밖으로
이제야 연둣빛이 어려 있는 나무들을 내다보는 시인
그의 소녀들이 수밀도水蜜桃 얼굴로 늘어선 환상幻像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삶을 마치고 떠나가는
한 편의 시 같은 생애를 보는가
시집<사랑이 찾아온 뒤에야> 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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