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씀바귀 꽃 / 김해화

시인 최주식 2010. 4. 30. 22:19

 

씀바귀 꽃 / 김해화

 

요러케 크대먼 아그가 어찌게 애기다요 반 차비 내시오

핵교도 안 댕긴디 뭔 차비를 낸다요

반 차비 내랑께라 아직 애기랑께 그러네

 

및 학년이냐 나 학교 안 댕개라

집 나서 신작로까지 걸어나오며

어머니 내 귀에 못 박았지

나는 아직 학교 안 댕기는 이학년

 

옥신각신 내릴 곳 한참 지나

흙먼지 속에 보따리 내팽개치고 가는 버스

어메 저런 호랭이 물어갈 놈

보도씨 내 차비 꿔가꼬 왔는디 반 차비가 어딨다냐 반차비가

 

어디 가는 길이었을까

가난한 보따리 머리에 이고

학교 안 댕기는 이학년 머슴애 앞세우고

봄날 어머니 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 한나절

그 황톳길 끝 누구 있었을까

외삼촌 큰고모 작은이모 떠오르지 않고

                                                                                                                                          사진<최민식>사진작가

길가에 하늘하늘 씽개꽃

몇 구비 길모퉁이 돌고 돌아도

씽개*꽃만 피어 있던 길

 

*씽개:씀바귀를 일컫는 전라도 말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레박 / 정겸   (0) 2010.05.15
첫나들이 / 이수산   (0) 2010.05.15
기록 / 송찬호  (0) 2010.04.30
목련을 보며 / 최진연   (0) 2010.04.30
오드 아이 / 이은환   (0) 201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