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나들이 / 이수산
솔방울만한 새끼 원앙 열두 마리
떨어질세라 어미 물결을 발목에 휘감고
동실동실 첫나들이 고갯짓 바쁘다
장난치며 어미 곁을 맴도는 저 궁둥이
창경궁 못이 환하게 출렁인다
애기 눈꺼풀같이 얇은 물갈퀴는 알고 있다
머잖아 어미 따라 날 수 있다는 것을
뒷짐 지고 따라가는 대장 아빠 원앙
무지개로 해 입은 훈장 같은 옷 눈부시다
새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내 아버지가 어린 딸 밤똥 눌 때
변소 앞에서 지키던 모습처럼 늠름하다
시집 <차향> 2010.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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