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환 『애인 둘』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미아삼거리까지
벙어리 애인 둘이 쉴 새 없이 지꺼린다
꽃병 든 손 모양 만들었다가
파도 안은 물새 모양 만들었다가
검정 저고리 입고 강 건너편에서 손짓하는
관음보살 닮은
처녀가 말간 암죽 떠먹는 시늉을 한다
트럼펫 부는 소년 모양이다가
얼룩소 따라 가며 쟁기질하는 모양이다가
까치밥 파먹는 가을 하늘
까마귀 닮은
청년이
체인 감긴 야생노루처럼 헐떡인다
좀벌레 같고
앵두꽃 같고
비누방울 같고
떫디떫은
풋감 같은
말랑말랑한 어둠이
벙어리 애인 둘을 커피포트 속의
알칼리수처럼
따끈하게 데우다가 끓이다가
식히다가 다시 데운다
뭐 도와줄 일 없을까 하고 기웃대던
자루옷 입은 천사는
늘어지게 하품 한 번 한 후
먼저 내린다
애인 둘,
불쏘시개 같은 가로등 따라
날아오르겠지?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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