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대풍류 / 홍해리

시인 최주식 2010. 7. 28. 22:42

대풍류 / 홍해리

 

날선 비수같은 달빛이

눈꽃 핀 댓잎 위에 내려앉았다

달빛에 놀라 쏟아져 내린 은싸라기

그날 밤 대나무는 숨을 놓았다

목숨 떠난 이파리는 바람에 떨고

대나무는 바람神을 맞아 들여

텅 빈 가슴 속에 소리집을 짓는다

그렇게 몇 번의 겨울이 가고 나면

대나무는 마디마디 시린 한恨을 품어

줄줄이 소리 가락을 푸르게 풀어낸다

때로는 피리니 대금이니 이름하니

제 소리를 어쩌지 못해 대나무는

막힌 구멍을 풀어줄 때마다

실실이 푸른 한을 한 가닥씩 뿜어낸다

사람들은 마침내 바람 흘러가는 소리를

귀에 담아 풍류風流라 일컫는다

 

시집 <비밀> 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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