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이벌 / 천양희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시인은 말하고
산 사람이 더 무섭다고 염장이는 말하네
어렵고 무서운 건 살 때 뿐이지
딱 일주일만 헤엄치고 진흙속에 박혀
죽은 듯이 사는 폐어肺漁처럼
죽을 듯 사는 삶도 있을 것이네
세상을 죽으라 따라다녔으나
세상은 내게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꽃 하나 심어주지 않았네
인생이 별거야 하나의 룸펜이지 누구는 말하지만
나는 어둠의 한복판처럼 어두워져
생활을 받들 듯
고통을 씀으로써 나를 속죄했네
아무도 사는 법 가르쳐주지 않는데
누구든 살면서 지나가네
삶은 무엇보다 나의 라이벌, 나를 쏘는 벌
<문학수첩> 20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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