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은행나무 / 오명선

시인 최주식 2010. 9. 4. 23:22

은행나무 / 오명선 
 
잎잎이 기록된 푸른 햇살이여

이제 안녕!

 
펄럭이던 해와 바람의 일기장에서 삭제되었다

 
낡고 지루한 사랑과의 이별은

조이던 스카프를 풀어낸 헐렁한 목이다

파장한 장터의 풍경처럼

내 손금을 벗어난 전생처럼

슬하는 오히려 풍요롭다

 
파산한 내 집을 구경하는 나는

낯선 관객이다


 

<시인시각> 2010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