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연립방정식 외 1편 / 하명환

시인 최주식 2010. 9. 10. 15:59

연립방정식 외 1편 / 하명환 

                        

 

 

 

 

 

내 삶은 정답 없는 3원1차 연립방정식

 

 

산다는 게 뭔가는 X 내 존재의 의미는 Y

 

 

이외 우수마발의 생활은 Z

 

 

 

 

 

사유로 구하는 이 문제풀이는 生의 시험지에 옮겨 쓴 답안

 

 

 

 

 

꼭 그 시험지가 누렇게 뜰 때가 아니더라도

 

 

참으로 어느 교교한 시간이 흐른 후의 지금처럼

 

 

그때도 내 無慾의 다이모니온이 검산한 결과일

 

 

방정식 모두를 만족시키는 미지수 각 치의 값은

 

 

 

 

X도 빵

 

 

Y도 빵

 

 

Z도 빵

 

 

빵 빵 빵이다 

 

 

 

 

아무려니 내 삶에 뜬 보름달 같은 마법의 빵(○)

 

 

데칼코마니 / 하명환

 

학생들이 밀려간 빈 강의실 블랙보드

조금 전까지 교단 앞을 서성이던 내가 보인다

가방에서 나와 희로애락으로 짜깁기 된 얼굴

손에 들린 머릿속 무채색 지식

유채색 지혜로 바꿔보기 위해 마술을 부리고 있다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넥타이가 경망스럽다

 

초창기 교단에 서면 첫사랑보다 더했던 부끄러움

여울져 흐르는 당찬 세월에 부스러져갔어도

눈초리 부신 무대 후엔

아직도 땀에 젖은 백묵가루가 내손에 하얗게 묻어난다

그래도 하얀 선 그을 백묵으로

칠판 같은 가슴에 울대처럼 박힌 심지深智

내 몸 어디엔가 조금은 꽂혀져있긴 했나보다, 아무렴

 

산다는 게 내 위에 나를 덧대는 모자이크 시간

 

그 시간표 따라 강의실로 밀려오는 꿈에 젖은 발자국들

발걸음을 돌리는 나와 우연히 마주친 눈빛

눈망울 속 저편 은빛초롱 눈길들, 포즈, 재잘거림

정규차선이든 갓길이든

어디선가 본 듯한 한눈에 익은 데칼코마니

 

  <문학마당> 2010.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