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이명윤

시인 최주식 2010. 9. 4. 23:22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 이명윤

 

내 마음의 강가에 펄펄,

쓸쓸한 눈이 내린다는 말이다

유년의 강물냄새에 흠뻑 젖고 싶다는 말이다

곱게 뻗은 국수도 아니고

구성진 웨이브의 라면도 아닌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나 오늘, 원초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너덜너덜 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도시의 메뉴들

오늘만은 입맛의 진화를 멈추고

강가에 서고 싶다는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와

귓가를 스치고

내 유년의 처마 끝에 다소곳이 앉는 말

엉겁결에 튀어나온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뇌리 속에 잊혀져가는 어머니의 손맛을

내 몸이 스스로 기억해 낸 말이다

나 오늘, 속살까지 뜨거워지고 싶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냥, 수제비 어때,

입맛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당신, 오늘 외롭다는 말이다

진짜 배고프다는 뜻이다.

 

 

<리얼리스트>201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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