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이풍진개새끼 / 정현우

시인 최주식 2010. 9. 21. 18:46

이풍진개새끼 / 정현우

 

 나와 함께 사는 개는 풍산개와 진돗개의 트기로 이름은 별이다. 내게 오기 전 여러 사람 손에 키

워진 탓인지 똥개처럼 아무에게나 꼬리를 흔들고 말도 죽어라 안듣지만 외딴 곳이고 해 거의 풀어
놓고 키운다. 하루는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개가 묶여있었고 문틈에 메모가 꽂혀 있었다. 유기견
이라고 신고가 들어와 묶어놓고 가니 다시는 풀어놓지 말라는 군청 직원의 메모였다. 사연인즉 지
나가는 자동차만 보면 맹추격을 하는 녀석의 습성 때문이었다. 녀석은 자동차를 덩치 큰 짐승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덩치 큰 짐승이 자기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로 오해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자유의지가 어찌나 강한지 묶어 놓을라치면 낌새를 채고 그 좋아하는 소세지를 흔들어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어떤 땐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주인인 나를 개무시 하는 것이다. 그럴 땐 패주고 싶지
만 나를 닮은 것도 같고, 전생의 한 시절 녀석이 인간이고 내가 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는 해 참고 또 참다가 녀석이 풍산개와 진돗개의 트기라는 사실에 착안해 이풍진개새끼라는 별명
을 붙인 것이다.

 

  녀석이 말을 안 듣거나 말썽을 피울 때면 '이풍진개새끼' 라고 별명을 부르는 것이다.

 

 

- 『공개수배』(2010 a4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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