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외 3편/ 정호승
천사는 손바닥에도 눈이 있다
발바닥에도 눈이 있다
이마에도 눈이 있다
온몸이 다 눈동자다
모유
어미 잃은
배고픈 갓난강아지 몇 마리
이웃집 늙은 암캐의 품에 안겨주자
이튿날
암캐의 젖망울이 모두 서고
하얀 젖이 흘러나왔다
강아지들은 하루 종일
그 젖을 빨아먹고
꼬물꼬물
웃으면서 기어다녔다
소년
온몸에
함박눈을 뒤집어쓴
하얀 첨성대
첨성대 꼭대기에 홀로 서서
밤새도록 별을 바라보다가
눈사람이 된
나
새들을 위한 묘비명
여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밥 먹는 시간보다 기도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새들의 노숙자 한 마리 잠들어 있다
- <시평> 2010.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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