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천사 외 3편/ 정호승

시인 최주식 2010. 9. 11. 07:09

천사 외 3편/ 정호승

 

천사는 손바닥에도 눈이 있다

발바닥에도 눈이 있다

이마에도 눈이 있다

온몸이 다 눈동자다

 

 

 

모유

  

어미 잃은

배고픈 갓난강아지 몇 마리

이웃집 늙은 암캐의 품에 안겨주자

이튿날

암캐의 젖망울이 모두 서고

하얀 젖이 흘러나왔다

강아지들은 하루 종일

그 젖을 빨아먹고

꼬물꼬물

웃으면서 기어다녔다

 

 

 

소년

 

온몸에

함박눈을 뒤집어쓴

하얀 첨성대

첨성대 꼭대기에 홀로 서서

밤새도록 별을 바라보다가

눈사람이 된

 

 

 

들을 위한 묘비명

 

여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밥 먹는 시간보다 기도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새들의 노숙자 한 마리 잠들어 있다

 

 

- <시평> 2010.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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