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도현
삼례역에서 기차가 운다, 뽕뽕, 하고 운다, 우는 것은 기차인데
울음은 멀리까지 번지게하는 것은 철길이다, 늙은 철길이다
저 늙은 것의 등뼈를 타고 사과 궤짝과 포탄을 실어 나른 적 있다
허나, 발갛게 달아오른 기관실을 남쪽 바닷물에 처박고 식혀 보지 못했다
곡성이며 여수 따위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반하지 못했으므로
단 한 번도 탈선해 보지 못했으므로 기차는 저렇게 우는 것이다
철길이란, 멀리 가보고 싶어 자꾸 번지는 울음소리를
땅바닥에 오롯이 두 줄기 실 자국으로 꿰매 놓은 것
그 어떤 바깥의 혁명도 기차를 구하지 못했다
철길을 끌고 다니는 동안 서글픈 적재량이 늘었을 뿐
그리하여 끌고 다닌 모든 길이 기차의 감옥이었다고
독방이었다고, 그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저도 녹슬었다고
기차는 검은 눈을 끔벅끔벅하면서 기어이
철길에 아랫배를 바짝 대고 녹물을 울컥, 쏟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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