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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 김왕노

시인 최주식 2011. 1. 16. 15:11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 김왕노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년이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쓰린 몸에 감각에 눈물에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생각했습니다.

백년 산다는 것은

백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다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라 했습니다.

밑둥치 물에 빠뜨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죽어지내듯 사는 주산지 왕 버들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부터 백년은 너무 짧다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하고 손 한번 잡는 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 피우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속 백년은 참 터무니없이 짧습니다.

사랑 속 천년도 하루 햇살 같은 것입니다.

 

-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천년의시작,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