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동시, 동화

2002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플랜더스의 개 - 조유인

시인 최주식 2011. 1. 16. 16:27

2002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플랜더스의 개 - 조유인


내가 다시 길렀으면 좋겠다.
그 개,
파트라슈.

엔트워프라는 도시는
내가 살고있는 경주로 바꾸고
\네로란 이름 위에 내 이름을 쓰고,
앞집 사는 아름이는
아로아가 되면 좋겠구나.
아름이 아빠는 나한테 잘해주시니까
코째즈 아저씨처럼 괴롭히지도 않을 거야.

엄마 아빠는
신혼여행 한 번 더 가시게 하고
다스 할아버지는
너무 옛날에 돌아가셔서 한 번 꼭 뵙고 싶은
우리 할아버지로 대신하자.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흐릿하게만 보였던 마지막 장면은
모두 지워 버리고
춥고 배고팠던 네로와 파트라슈가 얼어죽은
그 미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우리 나라의 푸근한 추석으로 바꾸어서
모락모락 잘 익은 송편 한 접시
파트라슈와 함께 실컷 나누어 먹어야지.

책장을 다 넘겨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도록
그 개,파트라슈의 목에
언제나 딸랑 딸랑거리며 찾아올 내일을 달아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