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시월에 죽는다 / 이기철

시인 최주식 2011. 11. 4. 21:37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시월에 죽는다 / 이기철

 

 

 

 

 

시월은 반짝이는 유리조각으로 내 발등을 찌른다

 

 

 

아픈 사람이 더 아프고 울던 벌레가 더 길게 운다

 

 

 

 

 

 

시월엔 처음 밟는 길이 오래 전에 온 길 같고

 

 

 

나에겐 익숙한 작별들이 한 번 더 이별의 손을 흔든다

 

 

 

 

 

 

노랑 양산을 펴들고 있는 저 은행나무에게도

 

 

 

푸름은 연애였을 것이다

 

 

 

 

 

 

초록으로는 다 말 못한 사연

 

 

 

마침내 붉게붉게 태우고 싶을 것이다

 

 

 

 

 

 

아무도 귀뚜라미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을 때

 

 

 

벌레울음 아니면 누가 한 해를 몸으로 울 것인가

 

 

 

 

 

 

유독 나에게만 범람하는 가을엔 핏줄이 다 보이는 시를 읽고

 

 

 

정맥을 끊어 백지에 시를 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시월에 죽는다

 

 

 

 

계간 『시와 세계』 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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