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몸살 / 김인숙

시인 최주식 2011. 11. 4. 21:38

몸살 / 김인숙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

길게, 멀리가고 싶은 몸

가두었다

주전자가 몸살을 앓는지

부글부글 열이 오른다

갇힌 것이 병이 된 모양이다

 

지독하게 긴

혼자만의 싸움이다

 

수양버들 가지처럼 늘어지는 오후

오월 산란기의 열목어 한 마리

계곡 아래 깊은 여울로 가라앉는다

충혈된 눈 속의 마그마가

분출하는 신열로 솟구친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인데

제자린 줄도 모르는 제자리에서

일급수에 젖어 웅크린 몸들

뒤틀리는 유리병 속에 있다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에서 가져옴

 

시집 <꼬리> 2011년 현대시시인선 110

 

 

김인숙 시인

 

1970년 경북 고령 출생

2009년 제21회 신라문학대상 수상

2011년 시집 <꼬리> 현대시시인선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리퍼 / 이문숙  (0) 2011.11.04
국화꽃 장례식 / 최문자  (0) 2011.11.04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시월에 죽는다 / 이기철  (0) 2011.11.04
몸의 기억 / 이명수  (0) 2011.11.04
감자떡 / 박태언   (0) 20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