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 김인숙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
길게, 멀리가고 싶은 몸
가두었다
주전자가 몸살을 앓는지
부글부글 열이 오른다
갇힌 것이 병이 된 모양이다
지독하게 긴
혼자만의 싸움이다
수양버들 가지처럼 늘어지는 오후
오월 산란기의 열목어 한 마리
계곡 아래 깊은 여울로 가라앉는다
충혈된 눈 속의 마그마가
분출하는 신열로 솟구친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인데
제자린 줄도 모르는 제자리에서
일급수에 젖어 웅크린 몸들
뒤틀리는 유리병 속에 있다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에서 가져옴
시집 <꼬리> 2011년 현대시시인선 110
김인숙 시인
1970년 경북 고령 출생
2009년 제21회 신라문학대상 수상
2011년 시집 <꼬리> 현대시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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