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외롭잖니?
밤비야
혼자서만 내리는
밤비야
무섭잖니?
밤비야
어둠 속을 다니는
밤비야
―문삼석(1941~ )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본 감동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잃어버린 신발 때문에 생긴 아이들의 이야기에 웃다 울다가 그예 눈이 빨개져서 극장을 나선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착한 동심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또한 부끄럽게 한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 착한 동심을.
아이는 혼자 내리는 밤비를 보고 "외롭잖니?" 하고 묻는다. 어둠 속을 다니는 밤비를 보고 "무섭잖니?" 하고 묻는다. 밤비를 보며 외롭고 무섭겠다고 걱정해 주는 마음, 그것이 바로 '천국의 아이들' 영화에서 보았던 그 착한 동심이다.
어른들은 외로우냐고, 무서우냐고 서로 묻지 않는다. 그저 사람과 사람끼리, 이웃과 이웃끼리 낯선 섬처럼 무심할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길에서 우는 아이를 보면 "왜 우니?" 하고 묻는다. 친구가 힘겨워하면 "어디 아프니?" 하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외롭잖니?" "무섭잖니?" 하고 정겹게 묻는 말,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따사한 말이다. 누가 옆에서 그렇게 물어주기만 해도 우리들 삶에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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