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사과일까?
유안진
1.
못 먹게 하실 걸 왜 심었냐고?
독자가 있어 시를 쓰느냐?
존재만으로도 가치價値인 게 왜 없겠느냐
먹지 말라니까 더 먹고 싶어졌다고?
자유의지에도 절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2.
문제 아닌 걸 문제삼지 말자
문제이거든 더 문제삼지 말자
문제없음도 문제일 수가 있어
둘이 먹은 사과가 어쨌든 더 좋아
둘이 선택하면 더 자유다워지고
함께 책임지면 더 인간적이 되지
그대여!
나도 그대에게 자유를 준다마는
한 입 먹은 내 사과를 더 크게 먹어 줘
함께 가면 지옥행도 즐거울 거야.
3.
먹어봐야 안다는 원조元祖의 살신적 실험정신이
뉴턴으로 잡스로 이어졌을까?
사과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더 태어날까?
사과로 시작된 인류사는 끝맺음도 사과여야 한다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을까?
정말로 사과의 자유의지일까?
그런데, 감도 배도 아니고 왜 하필 사과로 야단들일까?
유안진 서울 방배동 거주.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둥근 세모꼴』 등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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