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왜 하필 사과일까?/유안진

시인 최주식 2012. 7. 19. 21:56

 

왜 하필 사과일까?

유안진

 

 

 

                        1.

 

못 먹게 하실 걸 왜 심었냐고?

독자가 있어 시를 쓰느냐?

존재만으로도 가치價値인 게 왜 없겠느냐

먹지 말라니까 더 먹고 싶어졌다고?

자유의지에도 절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2.

 

문제 아닌 걸 문제삼지 말자

문제이거든 더 문제삼지 말자

문제없음도 문제일 수가 있어

둘이 먹은 사과가 어쨌든 더 좋아

둘이 선택하면 더 자유다워지고

함께 책임지면 더 인간적이 되지

그대여!

나도 그대에게 자유를 준다마는

한 입 먹은 내 사과를 더 크게 먹어 줘

함께 가면 지옥행도 즐거울 거야.

 

                          3.

 

먹어봐야 안다는 원조元祖의 살신적 실험정신이

뉴턴으로 잡스로 이어졌을까?

 

사과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더 태어날까?

 

사과로 시작된 인류사는 끝맺음도 사과여야 한다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을까?

정말로 사과의 자유의지일까?

 

그런데, 감도 배도 아니고 왜 하필 사과로 야단들일까?

 

 

유안진 서울 방배동 거주.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둥근 세모꼴』 등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