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가 이를까, 이를까 몰라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엔
우리 손깍지 끼었던 그 바닷가
물안개 저리 피어오르는데,
어느 날
절명시 쓰듯
천일염이 될까 몰라.
―윤금초(1943~ )
- /유재일
천일염은 물과 바람, 뜨거운 볕만으로 만들어낸다. 수확 적기를 맞은 창고마다 소금들이 눈부시게 쌓이고 있다. 오로지 말리고 말려 남을 것만 남은 결정체! 천일염은 햇볕의 흰 알갱이 같다. 바람과 바닷물의 쓰라린 눈물 같다. 그렇게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에 가 닿는 사랑이라면, 더욱이 절명시(絶命詩) 쓰듯 하는 사랑이라면, 그야말로 천일염 같은 천연기념물 사랑이 아닐까. 바다로 훌훌 떠나는 이즈음, 뜻밖의 사랑도 발생한다. 그 모두 더도 덜도 말고 다만 천일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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