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器
나는 苦生해서 늦게
아주 늦게
가고 싶다
가장 오래된 길에 들어
저승 가서 사용할
이쁜 그릇들, 明器
이승 밖에서
무덤 안쪽에서 오래
써야 할 집기들
사람은 돌아가고
미래는 돌아온다
사람은 미래의 작은 부장품
나의 부장품일
이 느슨한 고생
이 오래된 미래
―이문재(1959~ )
- 유재일
오래 사는 일은 오래 고생하는 일임에도 우리는 오래 살아야 한다. 왜? 그것이 생명(生命), 즉 하늘의 명령이니까. 우리들의 고생은 저승에 가서 면한다. 부(富)와 명예(名譽)가 그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오래된 학설(?)'이다. 아름다움이, 선함이 그것을 얼마만큼은 면해준다는 것이 또한 '오래된 학설(?)'이다. 하니 이승의 고생이 부와 명예도 좋겠으나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라면, 선함을 위한 것이라면 이 '오래된 미래'는 밝은 그릇처럼 빛나지 않겠나. 고생이 얼마쯤 달콤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