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이 읽은 '장자'
풍자·해학 가득한 낙관주의 철학자 만물의 근본원리를 道에서 찾아내
권세, 문명, 죽음도 지푸라기일 뿐… 전국시대에 씌여진 삶의 성찰서
-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흔히 장자와 노자를 하나로 묶어 '노장사상'이라고 일컫는다. 두 사람이 생각함의 바탕으로 삼은 게 도(道)이고, 이 도가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의 뿌리다. 한 뿌리에서 두 줄기가 나왔으니, 후세 사람들이 둘을 '노장'으로 묶는다. 장자와 노자는 한통속이되,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노자가 본질을 논한다면 장자는 그 활용을 말한다. 도는 무(無)이자 유무(有無)다. 만물과 그것들이 작용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있음(有)이라면, 있음은 오로지 없음에서 나온다. 태초에는 없음만이 있었으니, 이 없음(無)의 근원은 무무(無無)고 무무무(無無無)이며, 항상적으로 무(無)다. 장자는 도가 이 무를 그릇으로 삼는 까닭에 도는 무위하며 무형하다고 했다.
장자는 변화와 초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요유'(逍遙遊)의 첫 대목을 보자. 큰 물고기 '곤'(鯤)과 큰 새 '붕'(鵬)의 이야기는 우화다. 곤이 변하여 붕새가 되는 것, 이것이면서 저것인 세계가 곧 장자의 세계다. 이것과 저것 사이에 '화이위조'(化而爲鳥)가 있다. 이것이 저것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생명의 내재적 질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타고 오르며 저것으로 '화'(化)한다. 저것은 이것에서 말미암고, 이것과 저것은 상호작용한다. 붕은 변화와 초월의 바람을 타고 나아간다.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변화의 흐름을 타라! 붕새는 큰바람을 타고 구만리 장천으로 날아오르는데, 이것이 변화와 초월의 흐름에 저를 맡기는 것이다. 쩨쩨하게 비굴하게 살지 말고 통 크게 신명나게 살자는 것이다.
장자는 권세와 부귀영화, 문명과 체제, 삶과 죽음마저도 지푸라기와 같이 여겼다. 붕새는 그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절대 자유의 경지에서 노니는 마음의 표상이다. 온갖 법과 강령들에 마음이 묶일 때 마음은 생기와 신명을 잃고 실존의 조건에 노예와 같이 매인다. 매미와 비둘기가 한통속이 되어 붕을 비웃는 것은 스스로 매인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우리는 있는 힘껏 날아올라야 느릅나무나 다목나무 가지에 머무르지만 때로 거기에도 이르지 못해서 땅바닥에 동댕이쳐진다. 그런데 어째서 구만리나 날아올라 남쪽으로 가려고 하는가?"('소요유') 매미와 비둘기는 우리와 닮지 않았는가? 장자는 그들에게 붕을 보라고 가리킨다. 붕은 자유인의 표상이다. 장자가 이상으로 삼은 것은 자연에서의 매임없는 삶이요, 내 것과 네 것의 경계가 없는 공동체의 삶이다.
'장자'는 굳은 무지와 어리석음을 깨는 도끼와 같은 책이다. 어리석음을 깰 뿐만 아니라, 천지만물과 사람의 근본이라고 할 도의 본질과 그 이치에 대한 숙고와, 그리고 어떻게 잘 살 수 있는가를 궁구하도록 이끈다. '장자'는 파란만장한 중국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이다. 어지러운 시대일수록 우리 생각과 행동을 두루 비춰보고 성찰로 이끄는 동양의 지혜를 집약한 장자 철학의 지혜는 빛난다. 그래서 '도덕경'이나 '논어'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이다.
'장자'번역 판본이 수십여 종은 족히 넘는데, 그중에서 한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안동림 역주판 '장자'를 고르겠다. 두꺼운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번역이 충실하고 친절한 역주가 장자 철학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 까닭에서다.
140자 트윗독후감-장자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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