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춘 선생님
달려가서 선생님을 부르면
뒤돌아 서 있다가
우리를 꼬옥 안아 줍니다
땟국물 흐르는 손
따뜻이 쥐여 주시고
눈 맑다 웃으시며
등 두드려 줍니다
그럴 때면
선생님 고운 옷에
푹 나를 묻고서
선생님 냄새를 맡아 봅니다
선생님을
선생님을
우리 엄마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임길택(1952~1997)
누구나 학교 다니던 시절에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선생님 말투나 걸음걸이를 닮아가던 때가 있었으리라. 나도 겨울 아침 등굣길에 빨갛게 언 내 조그만 손을 꼬옥 감싸주던 선생님 손의 체온을 잊을 수 없다. 그 손으로 나도 누군가의 손을 따스하게 감싸주리라 생각했었다.
이 동시처럼 아이들 손을 따뜻이 쥐여 주시는 선생님과 그 선생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눈 맑은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학교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선생님을 부르며 달려가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침 햇살 반짝이는 교실 창문처럼 참 맑다.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木手와 小說家/김용범 (0) | 2012.12.23 |
---|---|
밥해주러 간다/유안진 (0) | 2012.12.23 |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손택수 (0) | 2012.12.23 |
나의 아나키스트여/박시교 (0) | 2012.12.23 |
고장난 자전거/권혁웅 (0) | 201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