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아침 아이들/허호석

시인 최주식 2012. 12. 23. 22:45

아침 아이들

 

거미줄은
아침 이슬
아기바람
새소리까지 모두 걸었습니다

거미는 몇 번이나
하늘을 내다봅니다

처마 끝 새 하늘이 걸렸습니다
부신 해가 철렁 걸렸습니다

발자국 소리도
지껄임 소리도

아이들은
하늘을 도르르 말아
해를 가져갔습니다

거미는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고
온 마을은 햇살의 나라가 됩니다

 

―허호석(1937~ )

맑은 날 처마 끝 거미줄에 이슬과 새소리가 걸려 있는 아침 풍경이 참 해맑다. 잠자리 날개 같은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파란 하늘과 해가 눈에 부시다. 아이들이 거미줄에 걸린 하늘과 해를 도르르 말아 갖고 가면 거미가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는 동심의 풍경이 아침 햇살처럼 밝고 환하다.

뜨개질을 하듯 촘촘히 짜놓은 거미줄에 아침 이슬 총총총 맺혀 있는 마을에 나도 가보고 싶어진다. 그곳에 가서 아침의 아이들이 되어 처마 끝 거미줄에 걸린 하늘을 도르르 말아 해를 갖고 싶어진다. 거미가 은빛 거미줄을 처마 끝에 내걸면 온 마을이 햇살의 나라가 되는 곳이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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