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를 달이며
국화 우러난 물을 마시고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이런 맛과 향기의
꽃처럼은 아니 될 것 같고
또 동구 밖 젖어드는 어둠 향해
저리 컴컴히 짖는 개도 아니 될 것 같고
나는 그저
꽃잎이 물에 불어서 우러난
해를 마시고
새를 마시고
나비를 모시는 사람이니
긴 장마 속에
국화가 흘리는 빗물을 다 받아 모시는 땅처럼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처럼
텅텅 울리는 긴 복도처럼
고요하고도 깊은 가슴이니
―문성해(1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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