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손순자 시집 해설 철쭉꽃시인의 반란

시인 최주식 2013. 4. 3. 23:47

손순자 시집해설 철쭉꽃시인의 반란

-구애(拘碍)없는 삶의 투영(投影)과 질문법

해설 / 장윤우(시인, 성신여대명예고수)

1) 인간구원과 시

과연 시가 오늘날 인간구원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이 온통 먹구름속이고 황량한 때에 인간과 인간들이 믿지 못하고 불신의 골이 너무 심각한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문인과 예술가들은 발붙힐 곳이 없다,

위로 맑아야할 정치는 말할 필요도 없고 지성이니 인성(人性), 도덕등 사회 정화(淨化)를 위장(僞裝)하거나 혹은 종교마져도 믿지못하는 위험지대에서 탈출할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이 여류시인의 해맑고 서정적인 감성속으로 들어가보고자 한다.

 

2)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문인

해맑은 손순자 시인-,

내가 그를 눈여겨 대하게 된 경우는 지난해 4월쯤 한국농민문학회 주최행사와 이무영문학제가 충북에서 개최된 시기에 귀로에 서울의 한 뒷풀이 행사장소에서였다,

봄은 왔어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들 말한다, 아직 철쭉은 이른 감이 있지만 진한 내음이 풍겨왔다, 한 눈에 그녀는 맑고 그만큼 심성(心性)이 투명할거라는 인상이었다.

그뒤로 줄곳 농민문학 세미나등 문단 만남의 행사에서 항시 조용하면서 궂은 뒷자리를 잘 지켜주는 철쭉같은 모습의 조용한 녹녹치 않은 여류 시인이었다

농민문학 발행인인 이동희교수가 어느날 내게 건네준 한묶음의 시원고를 펼쳐보면서 이분이 굳이 나에게 의뢰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여러권의 시집 혹은 예술관련 지면에 졸필(拙筆)을 오랫동안 써오고 있지만도 수십년의 지기(知己)로서 농민문학의 주간이란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나와의 동반이기에 함부로 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거절못하고 받아드리고 숙고(熟考)하게 만들었다, 5부로 갈라진 원고를 숙독(熟讀)하고 해설을 써놓고도 숙성(熟成)의 시간을 꽤 가졌다.

 

3) 때묻지 않은 풍토에서 배양되다

이고장 어느 곳이던 마찬가지이나 충북 영동이라는 때묻지 않은 흙의 고장, 문학적 풍토에서 오래 배양(培養)된 사물에의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게 간직되고 숙성(熟成)되여 표출되기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미 2005년 한국농민문학 봄호「빗방울-2탱자나무」로 당선되였으면서도 신인다운 도전과 신선(新鮮)함을 찾아냈다80여편이 넘는 방대한 시고(詩稿)도 그렇거니와 한편 한편들이 소재표현이 다양하면서 그리도 언어구사에 활달하며 “구김”이 없을까. -아래 문장들의 밑줄을 유의할 것

 

내 울안에 갇혀 살던 무수한 언어들을 토해내지 못한

숱한 가슴앓이들

해가 거듭되어도 잘도 둥지틀더니 어느 날인가 목울대 타고 올라 오던

작은 음표들에 아우성의 덫이 였던 걸

그 긴 시간의 파편들이 주옥같은 詩語(시어)들로 다가올때 나를 달뜨게 했고

행복의 도가니는 고명처럼 얹었다

추풍령 고갯마을 오가던 바람이 일렁이는 건 짧았지만

기억은 오랫토록 머물러 나를 지독하게 따라 다녔던 건

 마치, 어머니가 푸른 빛 도배를 탈출하는 나에게

익숙치 못한 회색빛에 길들여지는 그 심정처럼

...................................................하략(下略)

 

서문에서 밝힌 속내가 그 긴 시간의 파편들이 주옥같은 시어(詩語)들로

다가올 때 그녀를 달뜨게 했고 행복의 도가니로 고명처럼 얹었다.

 

4) 철축꽃시인이 문단에 던지는 반란(反亂)

시인들은 세상에 오래 남는 단 한편의 시라도 써놓고 가기를 염원한다

한편의 시작(詩作)으로 난세(亂世)를 바로 잡고 불세출(不世出)의 걸작은 아니어도 그야말로 “인간구원”의 표상이기를 바랜다

그러함에도 시의 정의를 나름대로 주창(主唱)하고 산다. 아이로니칼하게도 과거와 현재, 다시 미래로 흘러간다,

요즘 일각에서 “시레기와 하이퍼” 어느 편이 우리네 전통,정서와 맥을 함께 하는 좋은 시인가, 분분하다, 한동안 예술계를 풍미하던 외래 슈울, 하이퍼리얼리즘, 포스트모던, 디카 시가잠잠하면서 우리의 옛 담장에 걸린 옛정서냄새가 물씬한 토담과 시레기의 서정(抒情)과 지구촌의 기계주의가 물씬한 “이즘(-ism)”이 다시 충돌하는 양상이다.

상재된 첫시집 <철쭉꽃의 반란>에서 행여 답(答)을 찾을 수는 없을까

 

내 몸속 스스로 둥지를 파놓은

어둠의 자락들

붉은색의 꽃을 꺽으려다

피 흘리지 않은 마음을 뚝 잘라버렸다

오랜 세월의 덮개

응어리 되어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때

아린 한숨소리만 늘어났다

흥건히 고인 달빛세례에 서로의 지문찍으며

실핏줄 터지는 자잘한 바람 한 자락에도

몸져눕는 밤

단 한 번도 속사정 드러내지 않고

작은 틀에 갇혀 살던 그가

끈끈이 점막으로 포장한 채 붉은 고름을 터뜨렸다

세상사 받는 것에 익숙한 그 사내

들쑥날쑥한 혀끝 후끈 달아오른

그녀의 발정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손끝만 대도 독소를 품고 사는

그녀의 집은 온통

붉은 도배로 치장한 것을,

- 철쭉꽃의 반란. 인용

손순자 시인은 자신의 몸안에서 스스로 둥지를 파놓은

어둠의 자락들 / 붉은색의 꽃을 피 흘리지 않은 마음을 잘라버렸다

철축꽃시인이 문단에 던지는 반란(反亂)이다. 그녀의 발정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쉽게 쓸 단어가 아니다, 이른바 언어의 확장(擴張)이니, 순수미학을 벗어나 몇줄의 시어(詩語)로 주변(周邊)을 대입시키느라고 바꾸고 다듬는 시편들은 도처에 나타난다.

언젠가는 한정된 분량을 벗어나 80여편을 본인의 얘기대로라면 더 펴내야될 두어권시집의 분량을 모두 살펴 분석해주고도 싶다.

일상속에서 온갖 꽃을, 혹은 담담한 풍경화같은 사위(四圍)에 세밀한 관찰이 있는가하면 한편으로는 재건축아파트와 악쓰고 싶은 날, 바람기-남편, 어머니와 아버님, 간이역등 다양한 소재와 표출을 구애(拘碍)없이 표현해내는 나비의 “꿈”같은 다면(多面)작가이다

가령 <돌배나무와 아버지>에서는

.............

돌배나무가 맑은 피 토하며 땅에 눕고

아버지도 돌배나무를 따라 가셨다......

그리움에 사모친다,

 

그녀에게는 굳이 직유(直喩)니 은유(隱喩)-메타포어를 논할 자리가 아닌 직설(直說)이다, 하물며 <시인공화국>을 목청높혀 웨치며 황폐한 사회, 말세(末世)라면서 문단 전열(戰列)에 서서“시의 정의(正義)”나 정도(正道)“를 운운할 필요가 있을까 감히 단언하건데 없다.

 

5) 예술은 사기(詐欺))다 시(詩)도 사기인가,

나는 왜 고인이된 설치예술가 백남준의 “예술은 사기(詐欺))다“라는 말이 새삼스레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예술은 모든걸 초월하니까, 꺼집어내는 이유는 오늘 그런 이론과 형식이 불필요하니까, 시공(時空)을 마음대로 누구든 넘나드는 세상이니까-. 사기는 예술가가 명심해야할 4가지 피해야될 사(四)기(忌)라고 본다.

손시인 자신의 구애(拘碍)없는 삶의 투영(投影)과 문단에 던지는 배설이며 끊임없는 질문법이라고 해석된다.

나는 만 50년간의 시단(詩壇)에서 활동해오고 있으나시의 이론가 즉 난해한 평론가가 아닌 순수한 시인으로 남고자한다 그렇기에 시작법에 대입시킨다든지 인간이 만들어 스스로 억압되는 문법을 운위(云謂)하고 싶지 않다.

 

역사와 예술세계는 변하고 어제의 정의는 이제 고물(古物)로 버려지기도 하며 순간의 영감(靈感)과 오성(悟性)이 자릴 잡아간다, 따라서 이런 잡문이 손순자시인에게 거치장스러울 수도 있겠다.

어찌보면 철쭉꽃 시인 송순자야말로 겁없이 문단과 시단에 한권의 시집으로 반란을 도모하고 도전장을 내는 신예라고 본다.

계속 좋은 시편과 시집, 산고(産苦)의 아픔과 출산(창작)으로 때묻지 않은 불휴의 역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