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소상공인 문학회 낭송 시

시인 최주식 2016. 11. 2. 21:13

들꽃 언덕에서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깨달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화초는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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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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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최주식

 

웃음꽃만큼 감사하고

고마운 꽃은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도

웃음꽃을 피우는 일이다

 

기쁜 일이 있다고 해서

웃음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즐거운 노래가 모두

웃음꽃이 되는 것도 아니다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웃으며 살다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웃음꽃이 피어난다

ㅡㅡㅡㅡㅡㅡ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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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응원하는 말

 

최주식

 

안녕

내가 나에게 인사를 합니다

 

난 할 수 있어

내가 나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난 최고야

내가 나를 칭찬합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가 나를 위로합니다

 

난 내가 좋아

내가 나를 사랑합니다

 

내가 나를 응원하는 몇 마디 말로도

나는 행복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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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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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오 세 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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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사랑하면

 

최주식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행복이 되고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그리움이 되지요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을

모두 다 사랑하면

시인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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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 이해인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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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최주식

 

내가 아름다워요 하면

그대에게서 향기로운 꽃이 피어납니다

내가 사랑해요 하면

그대의 가슴은 따뜻해집니다

내가 고마워요 하면

그대의 얼굴은 미소로 밝아집니다

이런 기분 좋은 말 그대에게 선물로 드립니다

 

누구나 즐거워지는 멋져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공감해요

누구나 기쁨이 되는 감사해요

누구나 용서할 수 있는 미안해요

누구나 위로가 되는 힘 내세요

이런 배려의 말 그대에게 선물로 드립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어도 용기를 주는 긍정의 말

무거운 짐도 가볍게 느껴지는 칭찬의 말

보석보다 빛나는 사랑한다는 말

생명과도 같은 축복의 말

이런 황홀한 설레임의 말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에게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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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외로웠다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 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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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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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식

 

신경숙

 

소식이 있어도 한해는 가고

소식이 없어도 한해는 간다

 

잘 있는지 묻지 않아도 한해는 가고

잘 있다고 답을 하지 않아도 한해는 간다

 

어디 아프냐고 묻지 않아도 시간은 가고

아프지 말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보고싶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은 가고

보고싶다고 말을 하지 못해도 마음은 간다

 

이제는 모른다고 도리질을 해도 그리움은 가고

이제는 잊었다고 외면을 해도 그리움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