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는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23
산유화 / 김소월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23
봄날 간다 / 김명인 봄날 간다 겨울을 나면서 어느새 봄 햇볕이 따스해 그대와 나는 거기 언덕 위로 봄소풍 갔드랬습니다, 겨우내 竹친 생활이 하 비장해서 막막하기로야 나무들도 어디 뒷골목쯤에 차린망명정부 같았습니다만 저 딱딱한 각질속에 이렇게 부드러운 새 살을 감추고 있었다니! 일찍 온 해방은 여기저기 서..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23
노천명 - 사슴 노천명 -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1938년> ▲ 일러스트=잠산 노천명(1911~1957) 시..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1.23
[애송시 100편-제11편] 대설주의보 [애송시 100편-제11편] 대설주의보 최 승 호 정끝별·시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1.23
오규원 - 한 잎의 여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1.23
"묵화(墨畵)" 김 종 삼 "묵화(墨畵)" 김 종 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 ▲ 일러스트=잠산 김종삼(1921~1984) 시인의 시는 짧다. 짧고 군살이 없다. 그의 시는 여백을 충분히 사용해 언어가 잔상을 갖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아주 담..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1.23
곽재구 "沙平驛(사평역)에서" 곽재구 "沙平驛(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1.23
오쇼의《장자, 도를 말하다》중에서 옳게 시작하라, 그러면 언제나 쉽다. 옳게 시작하라. 그러면 언제나 휴식한다. 이것이 기준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할 때면 늘 지켜보라. 만일 그대가 평화롭다면, 편안하다면, 긴장되지 않고 휴식 속에 있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옳은 것이다. - 오쇼의《장자, 도를 말하다》중에서 - ♣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2009.01.23
R.이안 시모어의《멘토》중에서 사람의 귀는 외이(外耳),중이(中耳),내이(內耳)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귀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듯이 남의 말을 들을 때에도 귀가 세 개인 양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말하는' 바를 귀담아 듣고, '무슨 말을 하지 않는' 지를 신중히 가려내며, '말하고자 하나 차마 말로 옮기지 못하는' 바.. ♣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200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