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고은(1933~ ) 국화- 고은(1933~ ) 남쪽의 시인이여 어찌 국화 따위만을 헛되이 노래하느냐 수많은 꽃들에 대하여 그대는 죽음이다 아니 역사에 대하여 그대는 죽음이다 북의 시인이여 어찌 어버이만 굳게 노래하느냐 수많은 형제자매에 대하여 그대는 죽음이다 남과 북의 시인이여 그대들 떠나라 오 죽..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엉겅퀴 꽃 - 허윤정(1939~ ) 엉겅퀴 꽃 - 허윤정(1939~ ) 역광의 노을 속에서 누가 나를 부르는가 아득한 수평선 넘어 파도소리 외로운데 내 기억 멀고 먼 저편 엉겅퀴 꽃 손 흔든다. 나 또한 배로 몇 시간 달린 절해고도에서 그런 엉겅퀴 꽃을 본 적 있다. 옷 다 해지고 머리도 풀어헤친 채 뭐라 여기까지 쫓겨와, 그것도..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가족 - 이지엽(1958~ ) 가족 - 이지엽(1958~ ) 꼭 의자나 지갑이 전부가 아니지 직선이면 좋지만 곡선 때로 필요한 법 가만히 손 내밀어 봐 꽃이 피고 새가 울게 바닥에 떨어지는 옷처럼 몸을 기대 흘러가는 물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봐 서로의 눈빛만 봐도 그늘까지 환해져 힘들면 못처럼 입 다물고 눈을 감고 ..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30년 전-1959년 겨울-서정춘(1941~ ) 30년 전-1959년 겨울 -서정춘(1941~ )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ㅡ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전철 기다리다 스치듯 본 이 시. 가슴 울컥,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데. 서울 지하철역에는 스크린도어마다 시 한..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옷 - 문효치(1943~ ) 옷 - 문효치(1943~ ) 오리털 외투를 입었다 옷의 안쪽에서 뀃뀃뀃 오리 우는 소리가 났다 털 뽑힌 오리들은 구만리 장천, 그 너머 황천 이 눈보라 속에서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우리들의 살 속에 황천이 있다 털을 남긴 오리들이 모여 있다 가끔 배가 아플 땐 입으로 넘긴 정로환을 ..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너 - 김세영(1949~ ) 너 - 김세영(1949~ ) 누대의 생에 걸쳐서 보낸 송신을 수천 광년 거리에서 이제야 수신했다고 깜박거리며, 아포피스처럼 다가오지만 그냥 지나치고 말 것이라는 둥, 내 그림자 끄트머리에 잠시 머물다가 개기월식처럼 슬그머니 빠져나갈 것이라는 둥, 허블망원경으로 파파라치처럼 추적하..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눈 오는 저녁의 시 -김일연(1955~ ) 눈 오는 저녁의 시 -김일연(1955~ ) 어둠에 손을 씻던 맑은 날들을 길어 내 언제 저렇도록 맹목을 위하여만 저무는 너의 유리창에 부서질 수 있을까 무섭지도 않느냐 어리고 가벼운 것이 내 정녕 어둠 속에 깨끗한 한 줄 시로만 즐겁게 뛰어내리며 무너질 수 있을까 어둑한 저녁에 내리는 하..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피운다는 것은 -송지은(1964~ ) 피운다는 것은 -송지은(1964~ )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어둠이 찰지게 들어있는 방에서 꽃은 게으른 손목에 잡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이 스민 계절은 부풀고 어디에도 합류하지 못한 이력서 같은 천리향 나무 잎사귀 몇 장이 형광등 불빛에 말라 떨어지고 있다 손톱만한 잎사귀의 먼..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나룻배와 행인(行人) -한용운(1879~1944) 나룻배와 행인(行人) -한용운(1879~1944)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
아득한 성자 -조오현(1932~ ) 아득한 성자 -조오현(1932~ )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은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 詩가 있는 아침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