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정지완 (199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만월 /정지완 (199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그날 밤 송암동 버스종점 마을은 가로등 불빛 대신 달빛이 수상했네 달빛은 마을을 감싸던 안개를 가르며 조심조심 지붕 위를 걸어다녔네 달빛이 삭은 슬레이트를 밟느라 하수도 물 위에는 몇 줌 떨어뜨린 금종이 부스러기들로 번들거렸네 감나무집 담..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29
대동여지도 / 조다윗 2008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대동여지도 / 조다윗 1. 내 영혼이 어느 산천 물줄기의 방점이라면 그 더딘 물소리가 끝없는 방물장수의 노래여도 좋겠다. 까마득한 옛 생각, 지도 하나를 그리는 밤, 고요의 헤진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어찌, 들이고 산이고 섬인지 헤아릴 수 있을 까마는 능선과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27
2009년 <실천문학>신인상 당선작 / 박찬세. 김은상 2009년 <실천문학>신인상 당선작 / 박찬세. 김은상 Cold Bird / 박찬세 북극곰이 서쪽 하늘에서 물개를 물어뜯습니다 허연 하늘이 핏물로 더럽혀집니다 자라는 종양을 보고 웃는 짐승을 본 적 있나요 새들이 허공에서 벗어나려고 퍼덕거립니다 물오리들은 얼룩진 강의 지퍼를 열고 동전을 꺼냅니다 꺼..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24
제14회 <시인세계> 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제14회 <시인세계> 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살아 있는 공 * 외 4편 / 임창아 셔틀콕은 위에서 노는 버릇이 있다 자고로 위에서만 노는 것들은 꼭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 실은 그게 아니라 셔틀콕은 그저 선 하나 긋기 위해 분주했을 뿐, 본래 하나였던 이쪽저쪽 네트가 갈라..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16
[부산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 / 심명수 잘 못 꾼 꿈이 지워진 거예요 마음이 시끄럽네요 쮸릿, 쮸릿, 칫, 칫 물이 끓고 있나요? 머릿속을 지우개로 박박 지웠더니 보글보글 구름이 생겼어요 요리에 앞서 별표 3개라는 걸 잊지 마세요 너무 많이 문지르면 검게 비구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럼 한쪽으..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동양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실을 잣는 어머니 성준 내 어린 아침의 마루에서 실을 잣는 늙은 어머니. 그녀의 낡은 집 처마 빈틈 사이엔 야윈 바람소리가 났고 어머니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바람 줄기를 물레로 감아올렸다. 부활을 꿈꾸다 죽은 고치. 그녀의 몸에선 그 고치 냄새가 빠질 줄 몰랐다. 뜨겁게 삶아진 고치에선 비린..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강원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산부인과 41병동에서 김현숙 목숨 걸고 터를 사수하려는 사람들과 강제 철거로 문책당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불길이 솟았다 강대병원 41병동 입원실에 누운 그녀의 마음도 이미 화염에 휩싸였다 산부인과 의사가 가랑이 사이 좁고 음습하게 숨어있는 그를 찾아내 명명한 것은 D25, 20년 동안 빈방..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문화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골목의 각질 강윤미 골목은 동굴이다 늘 겨울 같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란다가 있는 곳까지, 오리온자리의 1등성부터 5등성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표현처럼 구멍가게는 진부했다 속옷을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경향신문]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직선의 방식 이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경인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차우차우 김진기 사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향이 보인다 달라이라마가 포탈라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