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 - 제 53편] 바다와 나비 [애송시 100편 - 제 53편] 바다와 나비 김기림 정끝별·시인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 52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애송시 100편 - 제 52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문태준·시인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 51편] 타는 목마름으로 [애송시 100편 - 제 51편]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정끝별·시인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 50편] 봄 [애송시 100편 - 제 50편] 봄 이성부 문태준·시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 49편] 바람의 말 [애송시 100편 - 제 49편] 바람의 말 마종기 정끝별·시인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48편] 서시 [애송시 100편 - 제48편] 서시 윤동주 문태준·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일러스트=잠산 너..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47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애송시 100편 - 제47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상 화 정끝별·시인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애송시 100편 - 제46편] 어디로? - 최하림 [애송시 100편 - 제46편] 어디로? - 최하림 최하림 문태준·시인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본다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09
종이비행기 - 이선명 종이비행기 - 이선명 종이를 접어 날리는 습관이 생겼다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종이 접어 그대도 바라보고 있을 저 하늘에 그대를 꿈꾸며 나를 보낸다 그대의 마음 가에 닿지 못하고 금새 내 그리움 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기운 사랑만을 쫓아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 눈물 저 나약한 비행기가 그녀에게 갈..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 노희경 지금 사랑 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 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