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서 시 서 시 -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검은 강 검은 강 - 박인환 - 신(神)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후의 노정(路程)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情欲)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불순한 욕망이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 박인환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회상과 체험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의 살륙(殺戮)에 복종한 생명보다도 더한 복수와 고독을 아는 고뇌와 저항일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허물어지는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겨울 바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눈 물 눈 물 - 김현승 -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눈물을 지.. 카테고리 없음 2009.02.06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가 정 가 정 - 박목월 -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
윤 사 월 (閏四月) 윤 사 월 (閏四月)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 <상아탑>(1946)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