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房 / 고진하
어머니의 방은 토굴처럼 어둡다
어머니, 박쥐떼가 둥우리를 틀겠어요, 해도
희미한 웃음 띤 낯빛으로
괜찮다, 하시고는 으레 불을 켜시지 않는다
오랜 날 동안
어둠에 익숙해지신 어머니의 몸은
심해에 사는 해골을 닮은 물고기처럼
스스로 빛을 뿜는 발광체가 되신 것일까, 흐린 기억의
뻘 속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바지락, 동죽, 가무락조개,
여직 지워지지 않는 괴로움과
마지막 남은 혈기 다 해 가슴 속에
푸른 해초 섞어 끓이는
바다에서의 半生을 반추하는 데는 차라리
짙은 어둠 속이 낫다는 것일까, 얼굴 가득 덮인
검버섯 무수한 잔주름살 속으로 잦아드는
낯선 운명을 더욱 낯설게 덧칠하는
치렁치렁한 어둠 속, 무엇일까, 옻칠된 검은 장롱에
촘촘히 박힌 자개처럼 빛나는 저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