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이성복
나는 처음에 봉산탈춤의 사자춤 추는 가면인 줄 알았다
십여 년 전 총 맞아 죽은 아들의 무덤 앞에 풀뿌리 쥐어뜯
으며 통곡하는 팔순 어머니 자신의 가슴에 남의 가슴에 쪼
그라든 주먹으로 못을 박으며 흰 머리 헝클어 무덤을 덮는
어머니 내일이면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도 제 명에 죽지
못한 아들의 무덤을 맨이마로 바수고 바수는 어머니 대관절
자식이 무엇기이에, 대관절 어찌 그리 귀여운 자식이 있었
기에 통곡으로 꿈틀거리는 봉산탈춤의 사자탈 같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