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어머니 1 / 강인봉

시인 최주식 2010. 1. 14. 23:30

              어머니 1 / 강인봉

 

     비록 삯을 기다리는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福은, 초록빛 오랜 인내에서 오는 것이라고
     조용히 웃는 法을 가르쳐주신 뒤
     당신은 가만히 등을 밀고 계셨지.

     저 果園에도
     들길에도

     노을을 밟고 피곤히 돌아오면
     싱그런 과일을 닦고 있는 어머니,
     거기서 나는 문득
     달을 만나고

     당신은 달에서 물을 길어올리시고.
     거울은 닦을수록 솟아나는 샘이 있어
     두고두고 반복하는 한도 고운 그 인연의

     고요히 타오르는 사랑의 불 받드시고
     밤 깊어 더욱 초롱한 그 눈매.

     우리들 어쩌다 철이 들어
     그 속에 몰래 들어가면
     아, 벌써 다 알고
     소리없이 흐르는 한 줄기 눈물이여.

     아무리 문질러도 때도 안 묻는
     그 깊은 信仰의
     지금도 우리들 江을 건너면,

     저 은은히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 강인봉 <첫사랑>, 문학과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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