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어머니 / 조태일

시인 최주식 2010. 1. 14. 23:30

             어머니 / 조태일

 

     어머니

     열일곱에 시집오셔
     일곱 자식 뿌리시고
     서른일곱에
     남편 손수 흙에 묻으신 뒤,

     스무 해 동안을
     보따리 머리에 이시고
     이남 땅 온 고을을
     당신 손금인 양 뚝심으로 누비시고
     휜히 익히시더니,

     육십 고개 넘기시고도
     일곱 자식 어찌 사나
     옛 솜씨 아슬아슬 밝히시며
     흩어진 자식 찾아
     방방곡곡을 누비시는 분.

     에미도 모르는 소리 끄적여서
     어디다 쓰느냐 돈 나온다더냐
     시 쓰는 것 겨우 겨우 꾸짖으시고,

     돌아낮아 침침한 눈 비비시며
     주름진 맨손바닥으로
     손주놈의 코를 행행 훔져주시는 분.

 

     - 조태일님의 [가거도] 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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