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조태일
어머니
열일곱에 시집오셔
일곱 자식 뿌리시고
서른일곱에
남편 손수 흙에 묻으신 뒤,
스무 해 동안을
보따리 머리에 이시고
이남 땅 온 고을을
당신 손금인 양 뚝심으로 누비시고
휜히 익히시더니,
육십 고개 넘기시고도
일곱 자식 어찌 사나
옛 솜씨 아슬아슬 밝히시며
흩어진 자식 찾아
방방곡곡을 누비시는 분.
에미도 모르는 소리 끄적여서
어디다 쓰느냐 돈 나온다더냐
시 쓰는 것 겨우 겨우 꾸짖으시고,
돌아낮아 침침한 눈 비비시며
주름진 맨손바닥으로
손주놈의 코를 행행 훔져주시는 분.
- 조태일님의 [가거도] 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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