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어머니 / 심순덕

시인 최주식 2010. 1. 15. 07:30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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