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화 / 안도현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펼쳐 둔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자락 떨어져 내릴 때
물관부에서 차 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 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사랑이 흐르는
오선의 개울
그곳을 건너는 화음을 뿜으며
꽃잎 빗장이 하나 둘
풀리는 소리들.
햇볕은 일제히
꽃술을 밝게 흔들고
별무늬같이 어지러운 꽃이여,
이웃들의 더운 영혼 위에
목청을 가꾸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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