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 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