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추운 산(山) / 신대철

시인 최주식 2010. 1. 15. 23:18

추운 산(山) / 신대철


춥다. 눈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잡념과 머리카락이 희어지도록 걷고 밤의 끝에서 또 얼마를 걸어야 될까? 너무 넓은 밤, 사람들은 밤보다 더 넓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이름을 붙여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이름으로 말하고 이름으로 듣는 사람들
이름을 두세 개씩 갖고 이름에 매여 사는 사람들

 

깊은 산(山)에 가고 싶다. 사람들은 산(山)을 다 어디에 두고 다닐까? 혹은 산(山)을 깎아 대체 무엇을 메웠을까? 생각을 돌리자, 눈발이 날린다.

 

눈꽃, 은방울꽃, 안개꽃, 메밀꽃, 배꽃, 찔레꽃, 박꽃

 

나는 하루를 하루종일 돌았어도
분침 하나 약자의 침묵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들어가자, 추위 속으로.

 

때까치, 바람새, 까투리, 오소리, 너구리, 도토리, 다람쥐, 물


<무인도를 위하여, 문학과지성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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