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 무등산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
'저 산은 하눌산이여.'
'하눌님이 계시는 집이여.'
산에 올라서,
하느님을 만나서,
물어볼 것이 참 많았지만
부탁할 것도 참 많았지만
나는 훨씬 뒤에야
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닐 때에야
이 산 꼭대기에 오를 수가 있었지.
입석대 끝에서 날고 싶었지.
서울에서 공부할 적엔
밤새도록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새벽과 함께 맨 먼저 반기는 산.
임곡쯤에서 뛰어드는 산.
먼발치로.
내 가슴 뛰게 하던 산.
광주,담양,화순,나주를 굽어보며
그 큰 두 팔로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껴안고
볼 비비는 산
넓은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산.
그리고
마침내 가르쳤지.
산이 무엇을 말하고
산에 오르면
어떻게 사람도 크게 서는지를
이 산은 가르쳤지.
나는 어른이 된 뒤에야
어렸을 적 어머님 말씀,
그 큰 뜻을 알 수 있었지.
'저 산은 하눌산이여.'
'하눌님이 계시는 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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