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둘둘치킨 / 조동범

시인 최주식 2010. 1. 25. 23:46

둘둘치킨 /  조동범
     

        명동 둘둘치킨 앞에서 애인을 기다린다

        튀김닭 냄새가 자신의 영역을 그리는 둘둘치킨,

        앞으로 퇴근하는 사람들 지나간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유리 너머의 닭을 바라본다

        오지 않는 애인

        튀김옷을 둘둘 말아 입은 닭들의 천국 안에는

        몇 개의 만남과 사소한 시비,

        닭들의 죽음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서로 넘나드는 일도 없이,

        경계는 늘 견고하다

        오지 않는 애인

        둘둘치킨의 네온이 켜진다

        닭들이 분주히 기름으로 들어간다

        몸 안의 수분이 빠져나가기 전에

        경쾌하게 튀겨지는 닭

        오지 않는 애인

        나는 둘둘의 경계 밖에서 시계를 본다

        뜨겁게 펼쳐지는 닭들의 천국 둘둘

        그 곳으로 한 무리의 양복이 들어간다

        둘둘치킨 안에서 간간이 즐거운 폭죽이 터진다

        나는 둘둘의 경계 밖에 있다

        몇 개의 만남과 사소한 시비,

        닭들의 죽음으로부터

        비껴 있다

        오지 않는 애인,

        을 기다린다

        둘둘 돌아가는 닭들의 천국,

        지루한 닭들의 장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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