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 조동범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의 냉장고
냉장고는 차고 부드러운,
선홍빛 죽음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좁은 우리에 갇혀 비육될 때까지
짐작이나 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식욕을 떠올렸을,
단 한번도 초원을 담아보지 못한 가축의 눈망울은
눈석임물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한
냉장고의 죽음 몇 조각, 무심하게
해넘이의 하늘 저편을 바라본다
죽음을 담고,
물끄러미 저녁을 맞고 있는 정육점
홍등을 두른 선홍빛 죽음이 화사하게 빛나는
정육점, 생생한 죽음 앞에서 식욕을 떠오르게 하는
칼날 같은,
죽음과 식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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