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서울 황조롱이 / 김춘기

시인 최주식 2010. 1. 24. 21:23

서울 황조롱이 / 김춘기

 
1.

비정규직 가슴 속에 안개비가 내리는 밤

여의도길 전주 한켠 둥지 튼 황조롱이

옥탑방 살림살이가 긴병처럼 힘에 겹다

2.

산 능선 너럭바위에

건들바람 불러 모아

풋풋한 날개 저어

억새 탈춤에 신명나면

제일 큰 나무에 올라

흐벅진 몸 곧추세우던 너

3.

오늘은 밤섬에서

찢긴 비닐 비집고는

마포대교 교각에 앉아

 
깃털 훌훌 털어내고

북악산 여름 숲으로

건듯 날아오르는구나

4.

순환선 철길 위를 에도는 내 발자국

휴대폰에 떠오르는 눈빛 모두 잠재우고

물소리 푸른 강가에서 시계 풀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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