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젖 물리는 여자 / 노영임

시인 최주식 2010. 1. 24. 21:17

젖 물리는 여자 / 노영임

 

뜨건 국밥 후후 불며 젖 물리고 앉은 여자
어린 건 한껏 배불러 빨다가 조몰락대다
꽉 쥐고 해살거리며 또글또글 웃는다

 

한길에는 늦게 깨어난 게으름 햇살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살짝 휜 S라인 여자들 발꿈치를 좇고 있다

 

공갈빵처럼 부푼 가슴 아슬아슬한 실루엣
필라멘트 깜빡깜빡 전류를 방출하는
뾰족한 고욤 두 개가 손끝만 대도 터질 듯

 

휘청, 가는 허리 애기집 하나 못 얹어도
둥지 속 알 넘보듯 집요한 사내들의 눈
왜일까, 늪에 빠지듯 지독한 허기 몰린다

 

순환소수처럼 잇고 이어 사람에 사람을 낳은
빌렌도르프 비너스* 따뜻한 양수의 기억
넉넉히 젖 물려주는 그런 여자가 그립다.


* 1909년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영성 나상(裸像)
생식·출산 (풍요다산)을 상징하는 주술적·원시적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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