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사과를 만나다 / 박연옥

시인 최주식 2010. 1. 24. 21:16

사과를 만나다 / 박연옥

 

길어야 일주일쯤 머무는 줄 미리 알아
올핸 꼭 만나리라 서두러 꽃 피워놓고
받침이 집인 줄 모른 채 사과꽃은 지더니

 

떠난 자리 들어선 열매 뙤약볕에 담금질하고
비바람에 지는 벗들 가슴으로 배웅하며
모질게 견뎌온 나날 과즙으로 고이더니

 

끝내 그를 알고 안절부절못하는 낯빛
그걸 헤아린 듯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달디단 사과향 속으로 그림자 두엇 잠긴다

 

 

박연옥 시인

 

1959년 경남 사천 출생

2001년 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당선

'좋은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막한 봄 / 정완영  (0) 2010.01.24
젖 물리는 여자 / 노영임   (0) 2010.01.24
눈은 길의 상처를 안다 / 이민아   (0) 2010.01.24
징검다리를 건너며 / 임영석  (0) 2010.01.24
파꽃 / 신순애 (시조시인)  (0) 2010.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