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난 돌
금간 돌
손을 든 돌
돌이 돌을 무등 타고 서 있다
비 맞고
바람 맞고
눈 맞으며
함께 나이를 먹는 돌
밀어내지 않고
투덜대지 않고
꽉 끌어안고
돌이 돌을 무등 타고 서 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2006 신춘문예] 동시 부문 심사평
정제되고 무게 얹혀
응모작은 모두 217 명의 810 편이었다. 이 가운데 1차에서 20 명을 가려내고, 2, 3차에서 10 명으로 줄였다. 마지막으로 6 명의 작품 ‘하늘 저수지’(김정수), ‘제주도 돌’(김요한), ‘나무 상처에’(김순영), ‘나무 읽기’(이정림), ‘눈물 자국’(전세중), ‘탑’(조영수) 등 6 편으로 최종심을 보았다.
6 편을 골라내기까지는 소재 선택, 발상의 참신함, 시상 전개의 자연스러움, 이미지 구사 능력, 구어체 남발이나 산문적 묘사, 지나치게 일반시를 닮은 것, 동심 해석의 궁핍이나 오류, 내용이나 주제의 진부함, 기성 작가 여부 등을 따지고, 신인의 미덕인 신선함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
이들 작품은 나름대로 개성과 기량을 지녔고, 당선될 만한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하늘 저수지’와 ‘제주도 돌’, ‘나무 상처에’는 좋은 상상력에 비해 사물의 의미 해석이 약한 게 흠이었다. ‘나무 읽기’와 ‘눈물 자국’은 뚜렷한 시적 주제에도 불구하고 동심이 그 무게에 눌린 느낌을 주었다.
조영수 씨는 5 편을 응모했는데, 작품 수준이 고르다. 시적 기교나 구성 기법, 묘사가 적절하고, 사물 형상화의 능력이 돋보였다. 5 편 가운데 ‘탑’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탑의 형상화를 통해 개개인과 공동체가 지녀야할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으며, 언어의 절제로 시가 매우 정제되어 있다. 탑을 ‘돌들이 무동 타고 서 있는 것’으로 본 동심의 눈길이 특히 좋다. 끝 연의 마무리는 평범함의 비범함이다. 시에 무게를 얹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시로 지향하고 있다. 다른 다섯 사람도 정진하면 빛나는 작품을 쓸 것으로 믿는다.
박두순 (시인·아동문학가 )
2006 신춘문예 동시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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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수
행복하다. 나는 이제 사탕을 만들어야겠다. 어린이도 어른도 다 좋아할 만한 사탕. 이슬 한 숟가락, 호기심 한 숟가락, 무지개 한 숟가락... 내 안을 통과한 갖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세상에 하나 뿐인 사탕을. 그 사탕을 먹으면 눈물 끝에 웃음이 나오는, 웃음 끝에 눈물이 나오는 사탕. 아직은 내가 한번도 만들어 보지 못한 동시라는 사탕을.
하늘나라에서 함박눈을 내려 미리 축복해 주신 부모님께 꽃다발을 드리고싶다. 나에게 아동문학의 길을 권하며, 해마다 5월이면 어린이들에게 이름이 불려지는 작가가 되라고 늘 곁에서 격려해 준 나의 여왕코끼리, 조명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부족한 동시를 뽑아주신 심사 위원과 조선일보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좋은 글 열심히 써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이제 눈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 마음으로, 그 발자국이 누군가의 길이 될수 있음을 기억하며 아동문학의 길을 새로이 가야겠다.
약력
충남 유성 출생
2000년 계간 ‘자유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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