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 찾기 외 1편 / 김효경
바람이 죽은 가지들을 팽팽히 잡아당기던 그때
누군가의 심장을 향해 걷고 있었던 걸까요
불빛을 향한 욕망은 한없이 부풀어 올라
흠칫 뒤를 돌아보았던가요
풀잎들의 신음 도로로 질주하는 사이
눈을 뜬 채 몇 번이나 발을 헛딛고
건물에 부딪치고 하수구에 빠졌던가요
앞이 보이지 않아 눈을 감고
본능의 촉각으로 안테나를 세웠지요
하루에 두 번씩 투석을 해야 하는
떡볶이 집 아줌마가 30촉 전구를 환하게 밝히고
자폐증에 걸린 손자의 길이 되어주는
구두수선 가게 영구네 할아버지가
잔기침으로 골목을 켜고
양쪽 다리 잃은 봉수총각
몸통으로 끄는 수레
싸구려 흘러간 노래에 잠이 깨는 아침
눈을 감고 오래 걷다보면 주위 모든 상처들이
풍경이 되고 등불이 되는 것을요
걷고자 했던 길들은 보이지 않고
길에 핀 꽃들을 향해 홀로 돌진하고 있었지요
타클라마칸에서 온 메시지 / 김효경
내가 하는 일은
타클라마칸*의 메시지를 찾는 일이라
오늘도 사막을 걷는다
지나온 길을 찾기 위해 나는 늘
되새김질을 해야한다
일찍이 누군가가
내 몸속에 파 놓은 목마름이 있었나
끊임없는 갈증에도 길을 가야한다
갈증이 남아있다는 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사막의 갈증을 저장하는 일도 내 몫이라
모래바람의 경전을 풀어야만 한다
어느날엔가 그래, 그렇게
당신이 보일 때면
내 몸의 우물을 걷게 될 것이다
*타클라마칸 : 모래사막 가운데 하나로 중국 타림 분지 중앙에 있으며 27만 2000㎢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시집 <타크라마칸의 바람개비> 2008 문학의전당
김효경 시인
시집에 [바람의 약속] [햇빛모자이크] [타클라마칸의 바람개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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