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윤동주 문학상 우수상' 중에서

시인 최주식 2010. 1. 28. 21:51

'윤동주 문학상 우수상' 중에서                         

               

 

구근식물 / 최종천

 

마당 안의 꽃밭에 구근식물들은

비온 뒤 그들의 깨끗하게 씻긴

예쁜 발가락들을 내 보이곤 한다

이 골목 천막을 친 기숙사에서

나는 그런 구근들을 가끔 보게 된다

잠결에 뒹굴다 내 밀어진 발들을

가만히 손끝으로 간질이면 들어간다

열대사막의 푸른 식물처럼 서서히 움직인다

나는 그녀를 지니고 나서부터

사랑은 植物的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홀랑 벗고 엉키고 있을 때면

인간은 하나의 球根인 것이다

인간의 정신이 본격적인 괘도에 진입한다면

사랑은 생물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린 것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란다고 말한다

그날 밤 나는 내 알뿌리 한 토막을

아내의 구덩이에 묻어 두었던 것이다

 

 


                                                                   최종천 시인

 


1954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
198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2002년 시집 <눈물은 푸르다> 시와시학사

2007년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