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정다혜
사랑니 두 개 한꺼번에 뽑았습니다
필요 없는 사랑 여태 갖고 있었냐는 의사의 말에
오래 숨겨놓은 비밀 들킨 것 같아 움찔 했지요
사랑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말이 헛돌고
비릿한 슬픔이 이빨에 씹힙니다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는 이런 거구나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아픔 삭여야 하는,
내 안에 당신이라는 큰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던 그런 일 같았지요
이제 치통을 핑계 삼아 엉엉 울고 싶은 날은
없을 것입니다만, 사랑이 빠져버린 자리에
새살 돋는 소리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피가 흐를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거즈를 물고 앙다문 입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마지막 안부를 전합니다
-그대, 눈물 없이 안녕 하시길
정다혜 시인
대전 출생
2005년<열린시학> 으로 등단
시집 '그 길 위에 내가 있었다'
2007년 '스피노자의 안경' 열린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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