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全씨 / 김사인
가령 그토록 빠르게 면발을 뽑아내는 일
훔쳐보는 코흘리개들 쪽으로 큰 눈 찡긋 우수어린 웃음 지어주는 일
앞으로 목을 빼고 큰 키 휘청휘청 걸어가는 일
더러운 앞치마는 풀어 시덥잖다는 듯 구석으로 뭉쳐 던지는 일
기묘한 액센트로 말하는 일 중국집 全씨처럼
장래 희망으로야 대통령도 장군도 싫지는 않았지만
돈 많은 사장이나 비행기조종사도 꼭 싫지는 않았지만
눈부셨지 껌 잘 씹는 중국집 全씨
입을 움직일 때마다 따닥따닥 소리가 나던
휘파람을 불면
지나는 처녀들 어김없이 킬킬거리던
뱀 모가지를 맨손으로 눌러서 잡던
어느 가을 웃말 김씨한테 맞아
코피를 흘리며 울던 홀아비 全씨
다 찢어진 그 난닝구 서러운 갈비뼈 같이는 아니고 싶었으나
저만치 기둥 뒤에서 섧게 따라울던 그의 어린 아들 같이는 아니고 싶었으나(나도 슬퍼 조금 따라는 울었지만)
벚꽃 질 무렵
어린 아들 데리고 사라진 중국인 全씨
아모레 아줌마하고라던가
가게 안집 큰누나라고 하던가
그 길로 자기 별로 돌아간 걸까
그 곳에서 다시 중국집을 내고 난닝구 바람에 껌을 씹으며
멋지게도 면발을 뽑고 있을까
어린 날의 내 우상 중국집 全씨
김사인 시인
1956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에서 수학
1981년 '시와 경제'의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시를 발표하기 시작.
1982 <<한국문학의 현단계>>에 평론 <지금 이곳에서의 시> 발표
제50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밤에 쓰는 편지>(청사) 『가만히 좋아하는』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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